첫 번째는 29일(미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간의 토론이었고, 두 번째는 계속된 미 양당의 재정부양책 논의였습니다. 이 두 가지는 예정된 것이었지만, 세 번째는 아니었습니다.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다음날 월터 리드 군병원에 입원한 겁니다.
서로 말꼬리 잡고 욕하느라 아무런 정책 비전을 들을 수 없던 탓입니다. 뉴욕타임스가 3일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토론 승자가 바이든이란 응답이 37%로 트럼프의 21%보다 많았습니다. 하지만 가장 많은 응답은 '승자가 없다'는 42%였습니다.
연방대법관은 종신직으로 40대인 배럿이 임명될 경우 미 연방대법원은 향후 수십 년간 보수적 판결을 내릴 수 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 11월3일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면 연방대법원까지 개입해야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민주당으로는 물러설 수 없습니다. 다만 대법관 인준을 맡고 있는 상원을 공화당이 지배하는 만큼 민주당이 쓸 카드는 별로 없습니다.
부양책을 협상중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민주당)은 지난주 양당의 격차를 6000억 달러까지(공화당 1조6000억 달러, 민주당 2조2000억 달러)까지 좁혔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합의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코로나19 검사 및 추적 △실업수당 △지방정부 및 학교 지원 △보육 등 5개 핵심 분야에 이견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우선 연방정부의 추가 실업수당으로 주당 600달러 유지를 주장합니다. 하지만 공화당은 너무 많은 실업수당이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일자리 복귀를 막아왔다고 주장합니다. 실제 지난 몇 달간 연방정부의 추가 실업수당(주당 600달러)을 받은 연간 소득 6만 달러 이하의 가계 수입은 코로나 이전보다 더 늘었습니다. 므누신 장관은 현재 주당 400달러를 제안했다고 합니다.
또 민주당은 뉴욕, 캘리포니아 등 코로나에 타격받은 주 정부에 대한 대대적 재정 지원(큰 주들은 민주당 주지사가 많습니다)을 주장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달가워하지 않지요. 코로나 검사 및 추적 비용을 늘린다면 더 많은 환자가 드러나 대선에 불리해질 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펠로시 의장도 대선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현 상황에서 재정부양책 합의가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서도 깊게 고려하고 있겠지요.
하지만 양당이 마냥 두 손을 놓고 있기에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지난 7월말로 재정부양책이 모두 끊긴 채 두 달이 넘게 지났기 때문입니다.
그 효과는 경제 지표에서 드러납니다. 추석연휴 기간 발표된 중요한 경제지표가 두 가지가 있습니다.
2일 발표된 9월 고용지표는 더 심각합니다. 실업률은 전월 8.4%에서 7.9%로 떨어졌지만 이는 의미가 없습니다. 노동참가율이 61.4%로 전월보다 0.3%포인트 더 떨어져 70년대 이후 최악 수준으로 낮아진 덕분이기 때문입니다.
증가한 일자리는 66만1000개에 그쳐 전월 148만9000개보다 크게 줄었습니다. 반면 영구실업된 사람은 전월보다 34만5000명 늘어 380만 명에 달했습니다. 2월 이후 250만 명이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즉 지난 5월부터 회복되던 고용 회복세가 꺾이고 영구실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죠.
금요일 오후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이 공화당의 부양책 합의 가능성을 높일 것이란 관측은 주요 지수 반등을 불렀습니다. 실제 트럼프는 3일 “미국은 경기부양책을 원하고 필요로 한다. 협력하고 마무리 짓자"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습니다.
다만 월가에선 공화당 상원 의원들이 쉽게 돌아서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대선 전 협상 타결 가능성은 여전히 그리 높지 않다는 냉엄한 시각입니다.
이 때문에 지난 달 일부 분석가는 '블랙스완' 가능성을 경고했었습니다. 지금 본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이 블랙스완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새벽 본인의 확진 사실을 트위터로 알렸습니다. 그는 1일 늦은 밤부터 진료를 받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3일 아침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익명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바이탈사인이 지난 24시간 동안 아주 우려스러웠고 향후 48시간이 치료에 대단히 중요하다", "아직 완전한 회복을 위한 분명한 경로에 들어선 건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는 2일 입원 전 백악관에서 혈중 산소농도가 떨어져 산소호흡기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2일 리제네론의 항체치료제를 썼고, 3일부터는 렘데시비르를 투여 받고 있습니다. 리제네론의 약은 현재 3상 임상 중으로 임상실험이 끝나지도 않은 약이고, 렘데시비르는 중증 환자용입니다. 병세가 가볍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병세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자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밤 직접 4분짜리 동영상을 트위터로 내보냈습니다. 그는 동영상에서 “몸 상태가 많이 나아졌고 앞으로 며칠이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숀 콘리 주치의는 4일 아침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이후 열없이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르면 5일 퇴원해 백악관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통상 코로나에 걸리면 7~10일간 병을 앓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1일 감염됐다면 오는 10일까지는 주의 깊게 봐야할 것 같습니다.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다수입니다. JP모건의 콜라노비치 퀀트 분석가가 "동정표"를 논하며 트럼프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지만 워낙 코로나를 가벼이 여기다 걸린 탓에 동정표가 나올 지 의심스럽습니다.
이는 여론조사 결과에서 드러납니다. 로이터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함께 지난 2∼3일 실시한 조사를 보면 바이든은 51%의 지지율로 트럼프의 41%를 크게 앞섭니다. 이는 최근 수 주 동안 실시된 여론조사보다 더 벌어진 겁니다.
특히 트럼프가 코로나19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면 감염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 응답자가 65%에 달합니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 등 정치 도박사이트에서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트럼프에게 유리할 수 있는 TV토론(15일, 22일)도 예정대로 치를 수 있을 지 의문스런 상황입니다. 토론은 기본적으로 트럼프에게 유리한 영역입니다. 바이든은 말실수가 잦기 때문입니다. 지난 1차 토론에서 바이든이 좋은 평가를 받은 건 잘해서라기보다는 '생각보다는 선방'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질 2, 3차 토론에서 그런 평가가 되풀이되긴 쉽지 않습니다.
그동안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에 비해 불리한 건 건강, 나이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감염으로 바이든 후보보다 나은 점이 사라졌습니다. 당장 펜스 부통령으로의 권력 이양이나 공화당 대선 후보 교체가 논의될 만한 상황까지 전개되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일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금세 코로나에서 회복할 경우 "코로나19는 감기 수준"이라던 본인의 말을 입증하면서 더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하지만 측근인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비만)도 이번에 함께 감염돼 입원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는 과체중으로 어찌될 지 모릅니다. 또 미국의 최근 7일간 일평균 신규 코로나19 환자 수는 차가워지는 날씨와 함께 다시 4만 명대 중반까지 치솟고 있습니다. 과연 이런 상황이 트럼프에게 유리할 지 의문입니다.
P.S.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서울판 게제를 시작합니다. 몸은 서울에 있지만, 새벽부터 해외 시장을 파헤쳐 매일 아침 8시께 뉴욕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또 한경의 특파원들(뉴욕, 워싱턴, 실리콘밸리, 베이징, 도쿄)과 증권부, 국제부, 마켓인사이트부, 디지털라이브부 기자 10여명도 힘을 모아 <한경 해외주식라운지>('해주라')를 선보입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는 그 중 하나의 콘텐츠가 될 것입니다.
'해주라'는 뉴스레터 서비스도 개시합니다. 다음주부터 매일 오전 이메일을 통해 최신 해외 증시 소식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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