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겨울이 되면 늘 그리운 곳이 태백산이다. 민족의 영산이라 일컫는 태백산은 태백산맥의 주요 봉우리인데, 웅장함과 후덕함을 함께 지닌 명산이다.
조금 서두르면 당일 코스로 가능하며, 완만하게 산행할 수 있는 유일사 주차장부터 시작한다. 유일사 쉼터까지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잘 닦여진 산길을 걷고 천제단까지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소나무 향을 먹으며 유유자적 걷다보면 천 년을 살아온 주목나무들이 웅장하고 신비로운 모습으로 반겨준다. 주목나무는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을 산다는 천연기념물이다. 나이테가 없어 육안으로는 수령을 측정하지 못하고, 줄기에 구멍을 뚫어 현미경으로 관찰한다. 이곳 주목나무들의 수령은 900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태백산 일원에는 수령이 300년 이상인 주목나무만도 4천 그루 정도라고 한다.
살아 있는 주목나무는 기둥과 줄기 이파리에 눈꽃을 피우며 온통 하얀 세상을 만들어 놓는다. 또 고사목은 눈꽃세상 곳곳에서 의연하게 버티며 아직도 건재함을 과시하는데, 세월의 흔적과 자연의 신비함에 탄성을 지르게 만든다. 아름드리 주목나무의 눈꽃과 고사목의 신비함은 최고의 콜라보라고 할 수 있다.
주목나무 군락지에 정신을 빼앗겨 들뜬 채 좀 더 오르다 보면 이번에는 상고대가 숨을 멈추게 한다. 철쭉나무에 꽃이 폈을 때 보여주는 아름다움이 있다면, 눈꽃이 폈을 때의 환상도 엄청나다.
그러고도 남은 숨을 몰아쉬며 나머지 길을 오르면 살을 에는 듯한 바람 속에서 천제단이 나타난다. 매년 개천절에 이곳에서 제를 올리는데, 이를 천제 또는 천왕제라고 부른다.
태백산은 신라 초기부터 신산으로 여겨져 제의가 행해졌다. 천제단은 돌을 쌓아 만든 제단으로 높이 2.4m, 둘레 27.5m 타원형의 거대한 석단이다. 남쪽으로 난 돌계단을 올라가면 상부에 제단이 있고 여기에 제물을 올린 후 제사를 드린다. 제관은 1년 동안 목욕재계하면서 제사 때가 되면 산에서 지내며 자정에 제사를 올렸다.
휘몰아치는 바람을 피해 아래로 내려가면 망경사가 추위를 막아준다. 망경사에서는 컵라면을 판다. 꽁꽁 얼어버린 몸을 뜨끈한 컵라면으로 녹이고 단종비각에 들린다. 단종이 영월에 유배됐을 때 이 고을 호장 서익환이 태백산 머루와 다래를 따서 진상했는데, 어느 날 단종이 곤룡포 차림으로 백마를 타고 태백산으로 오는 꿈을 꾼 후 영월에 도착해보니 단종이 승하했다고 한다. 그 후 주민들은 단종이 태백산 신령이 됐다고 믿어 해마다 음력 9월 초사흘에 제사를 지내고 있다.
단종에 대한 안쓰러움을 뒤로 하고 명경사로 내려오면 용정이 있다. 용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약수다. 천제를 지낼 때 이 물을 제수로 사용한다. 명수 중 으뜸이라고 써있으니 안 마실 수가 없다. 한 모금의 약수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며 태백산 정기를 온몸 구석구석에 퍼트린다.
쉬엄쉬엄 내려오면 단군성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단군 영정을 모신 곳인데, 지역의 뜻있는 이들이 성금을 모아 만들었다.
당골에서는 매년 1월 눈꽃축제가 열려 눈 조각품도 감상하고 썰매타기도 할 수 있다. 가족들이 즐길 거리가 아주 많다. 태백산이 그립다. 주목나무도 그립고 눈꽃도 그립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0/11/28 10:30 송고
November 28, 2020 at 08:3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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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태백산에서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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