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시장에 들어온다고 이때가 기회다 싶어 고금리를 뜯는 것은 약탈적 금융이다"
요지부동인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고금리에 대해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 8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고금리를 지적한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는 증권사를 향한 지적이다.
24일 금융당국 복수관계자들은 증권업계가 신용금리가 낮아지면 빚투를 조장한다는 논리 뒤에 숨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시장금리는 하락하는데 증권업계는 그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와 각 증권사 홈페이지를 조사한 결과 26개 증권사의 90일 초과 기준 신용융자 이자율은 평균 9.57%다.
2%대인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와 비교해 4~5배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 폭락장 이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시중은행도 순차적으로 인하대열에 합류했지만 증권사는 '무풍지대'였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사는 시장금리 인하의 영향을 전혀 받고 있지 않다. 굉장히 불합리하게 이자를 받고 있는 것"이라며 "조달금리를 어떻게 산정하는지 보면 증권사마다 다르고 기준도 제대로 얘기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8.27/뉴스1 |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모델을 참고해 보다 투명하게 산정과정을 공개하고 투자자들이 이를 설득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금투협은 지난 2018년 금투업계의 대출금리 산정의 가이드라인 일환으로 '대출금리 산정 모범규준'을 신설했다.
금융위는 이 금리산정이 적절히 이뤄졌는지 평가하는 주기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월 1회 이상' 재산정한다는 등 평가주기를 명확히 하고 있는 은행에 비해 다소 모호한 규정이라는 설명이다.
'깜깜이'식 금리산정 관행을 없애는 것은 물론 적극적인 공시도 주문한다. 당사 신용도와 조달능력이 어떠한지, 이에 따라 조달금리를 어떻게 산정했고 가산금리엔 무엇이 포함됐는지 등 고객에게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근거들을 명확히 공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여의도 증권가 모습/사진=홍봉진 기자 |
한편 일각에서는 당국이 사실상 금리인하를 압박해 일명 '빚투'를 조장한다고 우려한다. 은행권 신용대출 규모가 급증하자 신용대출 속도조절을 강조하면서 증권업계엔 역으로 금리를 낮추라며 대출을 유도하는 등 엇박자를 낸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국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은행권에 대한 언급은 최근 빠르게 늘고 있는 고액신용대출에 따른 가계대출 건정성 관리 차원의 우려였고 증권업계에 대해선 기본적인 금리산정 기준과 공시의 불투명성을 지적한 것이었다는 주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리의 적정수준이나 융자규모를 본다는 게 아니라 금리산정 기준이나 공시가 투명하지 않다는 측면의 접근"이라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수차례 내렸는데도 (증권사의 융자금리가) 수개월째 조정이 되지 않는 게 이상하지 않나. 당국이 이걸 보고도 가만히 있는게 맞겠냐"고 말했다.
물론 증권업계는 은행과 다른 자금조달 방식에 따른 어쩔수 없는 결과라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18일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10조원을 돌파한 이후 4개월째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일엔 사상 처음으로 17조원을 돌파했다.
신용공여란 증권사에서 주식 투자자에 제공하는 대출 서비스를 말하는데 이는 예탁증권 담보대출, 신용거래융자, 신용거래 대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와 고객 사이 사전 약정에 의해 증권사가 고객에게 주식매수 자금을 대여해 주는 행위다.
증권사의 고금리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당국이 나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크게 인하하는 동안 증권사들은 요지부동이었다는 지적이다. 시장금리와 전혀 동떨어진 고금리가 어떻게 산정됐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증권업계는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은행과 근본적으로 자금조달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은행은 고객예금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증권사의 조달경로는 제한적이다. 자기자본 융자가 가능해도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조달한다.
금투업계에 따르면 증권금융은 보통 직전달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에 증권사 신용도에 따라 0.1~0.5%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붙인다. 지난 23일 CD금리(91)가 0.63%인점을 고려하면 증권사의 조달금리는 1%대 수준이다. 증권사들은 여기에 가산금리를 붙여 수익을 낸다.
'금융투자회사의 대출금리 산정 모범규준'에 따르면 증권사는 조달 금리에 △유동성프리미엄 △신용프리미엄 △자본비용 △업무원가 등 제반비용 △목표이익률 등을 감안한 가산금리를 붙일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신용융자 이용 고객은 현실적으로 사용 구간이 초단기(7~14일)인 투자자가 많다"며 "인하를 한다면 단기구간 금리인하 여지를 찾아보는 것이 맞지, 전체적으로 왜 은행보다 높냐고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종목별로 위험도가 다르고, 변동성이 큰 종목도 많다 보니 리스크가 (은행에 비해) 훨씬 크다"고 밝혔다.
한편 신용융자 잔고가 역대 최대수준까지 오르면서 일부 증권사들은 자기자본 제한(자기자본의 100%)에 따라 신용공여를 중단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신용융자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고 개인투자자 비중이 가장 높은 키움증권은 대출한도의 90%까지 찬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증권도 지난 16일 융자업무를 일주일간 중단후 22일부터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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